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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하나 보고 한국 온 영국인 남편의 암 선 알아봐요

미스트리스트 2020. 7. 2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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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신부 한은지 씨(35)는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 알렉스(남41)씨는 영국 생활을 접고 은지씨와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2012년 4월 한국의 집과 8월 영국 윈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 앞에는 행복한 미래만 열린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 행복한 신혼부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연락이 왔어요. 알렉스 씨가 피부암에 걸린 것이다. 삼랩이 이 부부의 투병애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한지씨 1인칭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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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씨의 조직검사 결과 피부암으로 확인됐다.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니까 준비해 주세요."의사선생님으로부터 암 선고를 받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영국인 남편 알렉스도 암 선고만큼은 그 의미를 제대로 확인했다. 의사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던 이들은 진료실을 나서자마자 서로 붙잡혀 오열했다고 한다. 그때 우리는 막 결혼한 신혼부부였대요. 나만 보고 영국에서 모든 기반을 버리고 한국에 온 남편만 보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이제 행복하게 살 날만 남은 줄 알았는데 타국에서 암 선고를 받았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연애 시절 남편이 농담으로 암에 걸리면 나는 영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막상 그게 현실이 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한국에서 달콤한 신혼을 시작했지만 영국인 남편의 피부암을 전해 듣고 알렉스의 피부암을 전해들은 시부모는 지구 반대편에서 마음고생했다고 한다. 저희 친정 부모님도 외국인 사위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알렉스의 피부암 부위는 목 옆이에요.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알렉스는 한국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수술 부위의 살점을 똑 잘라내어 전이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되었습니다. 나는 무너질 수가 없었다고 한다. 타국에서 투병 중인 남편의 유일한 보호자는 저니까요. 알렉스는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진료를 받을 때마다 곁에서 돌봐줬고 생계를 위해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친정어머니는 출근하는 저를 대신해 알렉스의 병상을 지켜주셨어요.


알렉스는 가족들의 걱정과 간병을 받고 회복해 나갔다고 합니다. 주인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퇴원 후에는 새싹을 틔우는 장치를 장착한 채 대학과 기업에 강의를 나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사람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래도 암에 좌절하기보다는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이 사람을 보며 '이 또한 지나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부암은 한번 발생하면 훨씬 더 발생하기 쉬운 암입니다. 항상 남편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우리는 2009년 봄 런던에서 만났습니다. 언어교환 파트너를 찾다가 알렉스와 인연을 맺었어요. 문자를 주고 받으면 상대방의 성격을 알 수 있지만 매너 있고 정중한 답을 보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알렉스의 첫인상은 얌전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원두커피로 처음 만난 우리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고 처음 만난 날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헤어졌다. 알렉스는 당시 런던에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정착해 있었고, 나는 대학 졸업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저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3개월이어서 알렉스와의 연애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언어교환 파트너로 처음 만난 남편 론디는 연애할 수 없다며 퇴사한 뒤 한국과 그렇게 마지막 3개월 동안 여러 차례 만나 서로를 주의 깊게 검증해 나갔다. 하지만 끝이 있다는 생각에 연애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런 나에게 알렉스는 "자꾸 네 생각이 난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알렉스는 내가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영국에서의 직장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을 따라왔다. 장거리 연애를 할 자신이 없다며 인생에 가장 큰 결정을 내린 겁니다. 일 잘 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지구 건너편 동쪽 나라로 가겠다는 아들을 보내주신 시부모님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2009년 10월 입국한 알렉스는 그렇게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학원을 다녔고 원어민 강사로 일했어요. 우리는 2년간의 연애 끝에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부부가 됐다. 저는 신혼 첫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 1년 동안 업무가 맞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알렉스는 매일 같이 나의 퇴근길을 함께 해주었어요. 그때 저희 첫 번째 신혼집은 부암동이었는데 부암동은 언덕이 험하고 급경사예요. 지친 제 손을 잡고 그 산길 같은 길을 묵묵히 오른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이런 추억이 있었기에 남편의 암 투병이라는 고난을 겪었어도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재작년 남편의 피부암 완치 판정을 받고 암 투병과 함께 경험해 관계가 더욱 금품의 독이 되고 알렉스는 참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다. 암 투병이라는 큰일을 겪으면서도 내가 병원에 있으면서 한국어가 더 빨리 향상된 것, 나와의 관계가 더 금품의 독이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저도 그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를 더 믿게 된 것 같아요. 결혼 생활 동안 심하게 싸워도 그래도 그 사람과 내가 함께 암을 이겨냈는데라는 생각으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지 않게 됩니다. 알렉스도 제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나쁜 말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2018년 우리 부부는 두 살이 넘은 첫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아이를 업고 간 진료실에서 완쾌에 대한 안내를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두 사람이 와서 막연한 암선고를 받은 시간이 지나고 세 사람이 함께 반가운 안내를 듣게 되다니. 각별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우리 둘, 오늘은 두 아이와 함께 미래를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연애 때와는 다른 부모의 모습으로, 또 중년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저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가 피부암까지 이겨낸 남편입니다. 이분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손을 잡고 둘이서 산책하는 꿈을 꿉니다.사진=한은지 씨 유포 썸랩 김성용 에디터(sum-lab@naver.com) 해당 포스트는 러브스토리 응모 이벤트를 통해 접수된 사연입니다. 용기를 내서 네이버 연애·결혼 구독자 여러분께 소소한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신 이 커플에게 따뜻한 응원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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