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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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은 문득 시작된다고 합니다. 버튼(제러미 레너) 가족이 전원 집 주변에서 한가한 새벽 늦게 보낸대요. 잠시 후, 그 이외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고 합니다. 이 장면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이어서 '크레딧이 나오고 현재로 돌아가는데 전작 엔딩 후 몇 주가 지난 시점이다'고 합니다. 그러면 첫 번째 신은 불과 몇 주 전의 것이래요. 관객들이 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를 본 게 꼭 1년 전이어서 당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첫 장면은 플래시백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아니오" 버튼이 인피티니어에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들린대요. 즉, '엔드게임'의 첫 번째 장면은 '새로운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과거의 미래형'인 셈이라고 합니다. 헛소리처럼 들리지만 어쨌든 영화예술이 아니라 우리를 믿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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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은 영화만의 또 다른 능력으로 살아남은 어벤져스를 먼 행성으로 데려갑니다. 거기서 그들은 타노스(조시 브롤린)와 재회하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타노스의 목을 자릅니다. 관객으로서는 곤란합니다. <엔드게임>의 상영시간이 3시간인 줄 알고 입장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전편의 복수를 목격한 거죠. 어벤져스는 무엇을 할까. <엔드게임>은, 다시 영화적 마법을 발휘해, 5년 후에 이동합니다. 영화를 믿는다면 함께 이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우울해요. 악당은 죽고 바튼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약업자, 갱단을 제거 중입니다. <엔드게임>의 오프닝 크레딧은 스티브 윈우드가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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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가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말을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에게도 했지만 핀잔을 듣는다. 답을 모른 채 치유받아야 할 자에게 가라고 불평하는 것은 공허하다. 로저스가 간과한 것은 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과거를 직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공상과학 영화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어벤져스 능력 정도면 시간 이동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엔드게임>은 할리우드 영화에 2번째 코멘트를 던진다. 그들은 시간 이동에 관한 대화를 통해 그와 같은 주제를 가진 많은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어 냈다. <미래의 추적자><사랑의 은하수><스타트렉 4><엑설런트 어드벤처><사선을 넘어서><타임컵><핫·탭·타임 머신>등 아무 죄 없는 영화가 불려져 사랑스러운<백·투·더·퓨처>라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그런데<다이하드>는 왜 말했을까). 우스꽝스럽게도 이들은 할리우드 영화와는 무관한 현실 인물인 양 리스트를 객관화한다. 목록의 영화가 틀렸거나 혹은 그들은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거나 따로 가는 것이 <엔드게임>의 의미입니다. 단순히 다른 시간에 왕복하는 것 이상의 뭔가를 하겠다는 의도다.<엔드게임>은 놀랍게도 자신의 본질을 선배 SF영화가 아니라 영웅의 원형인 <서부극>에서 찾는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할리우드는 서부극을 통해 미국 역사를 전파했다. 현대인에게 19세기 말 미국을 물어보면 답은 틀림없이 서부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서부영화를 안 본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미 서부극 속 공동체의 이상향이 미국 역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존 포드의 서부영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의 엔딩에 등장하는 대사 –"전설이 사실이 될 때는 전설을 기록한다" – 는 선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기록된 것은 균형을 쏴 죽인 자가 아니라 그를 죽인 것으로 여겨져 영웅이 되었다. 할리우드 장르를 이끈 수백 년 서부극에서 허구가 사실을 구축하고 전설이 역사에 새겨지는 과정을 포드는 이렇게 간파했다. <엔드게임>은 그러한 역사수업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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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오가는 테스트를 몇 차례 거친 후 어벤져스는 6개의 스톤을 얻기 위해 3개의 팀을 이뤄 과거로 이동합니다. 2012년 뉴욕, 2013년 아스가르드, 2014년 모라그와 보르밀. 그러나 뉴욕에서 문제가 생겨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1970년 뉴저지로 다시 한번 이동을 감행합니다. 이동한 과거 장면은 얼핏 보면 이전 영화의 클립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 아닌 것이 어벤져스가 과거라는 미래로 돌아가 어떤 행동을 추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플래시백도 없었다고 합니다. 어벤져스가 회상하자고 부른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죠. <리버티 밸런스를 쏜 남자>가 플래시백으로 진실을 나타낸 것과는 달리 <엔드게임>에서 플래시백이나 클립처럼 보이는 장면은 실제 일어난 일과 그 시간과 공간 재방문처럼 만들어졌다. 재방문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들은 목적을 위해 몇 가지 액션을 취할 뿐입니다. 대체 역사로서 미국 현대사를 도모했던 '포레스트 검프'와도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정교한 시간과 공간의 구성 - 상상하고, 기억하고, 촉각으로 경험한 것과 같은 것들을 모두 동원해 <엔드게임>은 실제 시공간을 창조하고 기정사실화합니다. 잊혀진 사실보다 기억된 허구가 더 강력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0년이라는 점입니다.1970년부터 어벤져스의 현재 2023년 동안 미국이 대륙외 전쟁에 개입해 실패의 연속을 맛본 시기이다(마지막에 등장한 스탠리가 사랑하라!고 말한 것을 그들은 듣지 못했다). <엔드 게임>은 더 전의 과거에 이동해야, 한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미국인에게 이상적인 공간이 서부라면,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인에게 이상향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끈 이후의 아름다운 시기일 것입니다. 따라서 타노스의 대군과 어벤져스의 연합군이 벌이는 마지막 대전투가 제2차 세계대전의 양상을 띤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타노스 팬에게는 미안한 말입니다만, 극중에서 '자신이라는 존재의 필연'을 세 번 역설하는 타노스는 '역사 발전의 필연'을 외치며 인종 말살극을 일으킨 히틀러와 겹쳐 읽힌다. <엔드게임>에서 캡틴아메리카가 이끄는 선의 연합이 마침내 이길 것이 필연이었음이 밝혀집니다. 그리하여 신화나 전설의 이야기가 '엔드게임'이 되어 기록된 사실, 즉 역사가 됩니다.<엔드게임>은 이전 21개의 시리즈와 비교해 가장 완벽한 작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록된 역사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과거로부터 시작된<엔드게임>은, 또 하나의 「미래로서의 과거」로 끝납니다. 매번 과거의 어느 때임을 알려준 영화는 이제 그 시간과 공간을 말해주지 않는다.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가 회고하는 시간과 공간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아메리카인 것은 당연한 추세입니다. 그는 재즈가 흐르는 로맨틱한 시간으로 돌아가 못다한 약속을 실현합니다. 미국이 특별히 영웅 같았던 시간, '엔드게임'은 그 시간으로 끝납니다. 영화는 흐르는 매 순간을 과거로 인식하면서 동시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예술입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현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됩니다. <엔드게임>은 정의로운 승리의 역사가 절박한 나라 미국의 꿈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제공합니다. 이것은 21권의 서브텍스트를 가진 하나의 역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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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www.cine21.com 댓글 이용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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