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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국적 : 불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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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자화상의 주인공 Ivan Mrkviicka(마르크비치카)는 1856년 체코에서 태어나 프라하와 뮌헨 예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Plovdiv(당시 오토만 제국하 Eastern Rumelia 자치정부의 수도)의 초청으로 불가리아에 도착해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으로서 개인 전시를 하며 작가 생활을 한 뒤 소피아로 옮겨 불가리아 국립미술학교 창립 멤버가 됩니다.


소피아 중심에 위치한 불가리아 국립미술관은 컬렉션 시대별로 다양한 분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불가리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어디를 먼저 보아도 신기하긴 마찬가지 @National Gallery, The Palace, 마침 불가리아 근대사를 관통하는 화가 기획전으로 불가리아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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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비치카가 처음 정착한 불가리아의 도시 플로브디프는 고대부터 언급된 유럽대륙의 주요 도시로 오랜 기간 다인종이 만나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오늘날까지 유서 깊은 상공업 박람회가 열린다. 마르크 비치카가 남긴 이 도시의 시장 풍경만 봐도 플로브디프가 얼마나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 온 곳인지 확인할 수 있지만 히잡을 쓴 여성, 지역 전통 머리 장식을 한 여성, 두건을 쓰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어머니와 남성의 모자도 출신지에 따라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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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으로 매우 독특한 집시의 무리도 다시 동유럽의 화가의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데 전형적인 코카서스 같은 형태이나 동양적 정신 세계를 갈망하는 몸짓과 그들의 독특한 옷 때문인지, 집시들이 등장하는 그림은 신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눈을 끌 만한 신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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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을 알 수 없는 이 유랑민족은 수많은 속설로 인해 지금도 차별받고 있지만 진실과 관계없이 소수여서 받는 핍박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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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국가인 벨기에의 주요 명절인 죽은 이의 날을 불가리아에서도 똑같이 기립니다. 주변 동유럽 국가들처럼 불가리아도 가톨릭과는 차별화된 교리를 가진 동방정교가 주 신앙이며, 천년 넘게 불가리아정교를 기준으로 사회와 문화가 발달해왔기 때문에 실제로 종교의 흔적이 주요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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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머리 장식, 남성의 모자 모양으로 지역색이 나뉘는데, 이렇게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추는 축제의 춤은 세계적인 모양, 단번에 한국의 강강술래를 떠올릴 정도로 풍경에, 춤의 디테일한 모양에 따라 지역색을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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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33세의 마르크비치카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정착해 동시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불가리아 최초의 국립미술학교 건립에 일조했고 큰 화풍 변화 없이 꾸준히 불가리아의 풍경과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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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비치카와 함께 국립 미술 학교의 창립 멤버가 된 화가 미토브는 15세에 오토만 제국에 의한 대학살로 고향이 파괴되어 피난하여 겨우 돈을 모으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정식으로 그림을 엔터테이너로 불가리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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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브는 불가리아인 최초로 국제적 개인전을 열고 소피아 중심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의 실내장식에 참여해 비평가들과 역사가로도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쓰면서 정치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넓힌, 정말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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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학살 장면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안고 고향 없이 유럽을 떠돌던 난민 시절의 미토브, 체코에서 태어나 체코슬로바키아로 돌아가 80세를 마감했지만 평생을 소피아 불가리아를 그린 마르크 비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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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살아가면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 중 하나의 시작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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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복잡한가. 그때나 지금이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단어로 쉽게 끝날 수 없는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얼마나 아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한 번도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단순한 생각을 뒤섞고 싶은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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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진 방어적인 태도로 "나"가 아니라 내 국적이나 배경을 먼저 알려고 달려드는 낯선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낀 어느 날 모국어가 뭐냐고 물어볼 정도로 우아하고 사려 깊은 질문을 받고 마음이 문을 열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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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이문화, 이국어를 가진 이방인에 대한 자신의 자세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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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시야와 마음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던 수많은 외국인 화가들, 그들의 삶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불가리아적이기를 추구하고 더 불가리아적이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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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지자 그들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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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서의 모든 재능과 삶을 소피아에 둔 마르크 비치카는 정말 어느 나라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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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인으로 불가리아에 살며 오토만제국에서 독립해 공화국이 세워지고 사회 정치적 과도기를 함께한 마르크 비치카는 마지막까지 불가리아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수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결국 소피아 외국 회화관에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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